레니 리펜슈탈. 분노.
- 작성일
- 10-12-28 23:45
1902년 출생 ~ 2003년 사망.
"이사도라 덩컨을 이을 유망한 무용가, 매혹적인 영화배우, 20세기 최고의 천재 감독, 세기의 사진작가, 최고령 다이버"
혹은
"악마(히틀러)의 감독, 뻔뻔한 거짓말쟁이, 요사스런 팜므 파탈, 나치 핀업 걸"로 기억되는
그리고 특히 한국인에게는
1936년 베를린의 손기정을 필름에 담은, 그리고 손기정에게 특별한 애정을 보였던 사진작가로 기억되는
레니 리펜슈탈을 요근래 우연찮게 알게 되었습니다.
1934년 나치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의지의 승리>도 보았고요.
희대의 예술작품인 동시에 최악의 프로파간다로 평가되는 그 작품처럼
레니 리펜슈탈 본인 또한 여러복잡한 생각들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지만
그의 평전을 잠시 읽고 난 지금 당장 떠오르는 감정은 그저 분노뿐이로군요.
"나는 유대인에 반대하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그런 글을 쓴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무슨 죄가 있다는 거죠?
말해보세요. 나는 원자폭탄을 떨어뜨리지도 않았습니다. 누군가를 고발한 적도 없습니다. 도대체 내 죄가 뭐란 말입니까?"
감정이 가라앉고 나면 그의 기묘한 삶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게 될 것이고
그가 짊어졌던 고통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연민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모르는 것도 죄'라는 사실에 너무나도 무지했던 저 말을 기억하는 한 지금의 분노 또한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