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소소하게나마 논란이 되고 있는 포스터입니다.

비판받고 있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

나꼼수 비키니에 이은 성적 대상화의 측면에서 비판이 있고

또 하나 '투표=개념'의 등식에 대한 비판이 또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그외 포스터 자체가 미적으로 구리다..라는 이야기도 있는 듯 하나 그건 개취의 문제일 테고.

성적 대상화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00녀 유행의 연장이란 차원에서 저 역시 이 포스터가 맘에 들진 않지만

(오늘 인천 구장 관중 난입 사태 보면서 그 싸커킥 훌리건이 여자였다면 뭐라고 불렸을까 잠깐 상상해보긴 했네요. 훌리녀? 싸커녀? ..;;)

이야기해보고 싶은건 "투표하지 않는 자에게 개념은 없다."라는 저 '폭력적'이기까지 한 문구입니다.

맘에 안 듭니다.

제 경우를 떠올려 보면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때 주민등록상 서울시민이 아니었던 지라 실질적인 선택지는 아니었지만

머릿속으로나마 무던히 고민을 했거든요. 이런저런 문제로 맘에 걸리는 게 제법 있었기에

박원순을 찍을 것인가, 기권을 할 것인가를 두고 꽤나 갈등을 했습니다. 

굳이 수치화하자면 51:49 정도라고 할까요? (넘버 쓰리 한석규 대사를 빌면 그 51%의 의미가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만...)

여하간 그 가상의 상황에서 끝내 제가 투표권을 포기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개념' 운운하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상당히 화가 났을 것 같습니다

투표한 당신이 얼마나 고민했는 지는 모르겠으나 기권한 내가 당신에 비해 덜 고민한 것 같지는 않다.. 라고 쏘아줬을 거에요.

그 뿐만이 아니에요.

설혹 그냥 관심이 없어서 기권했다 한들 그게 개념 운운할 정도로 비판받을 사안인지 저는 의문입니다.

깨놓고 말하면 진열된 상품이 하나같이 매력이 없어서 구매할 맘이 안드는데 그걸 가지고 소비자를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인증샷 놀이가 무슨 유행처럼 번지면서 투표가 마치 개념 여부의 판단 준거인양 이야기되고 있는데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투표하기 싫다'라는 것 또한 제도권 정치에 있어서 유의미한 반응 가운데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2005년판 최장집 책을 보면 저조한 투표율을 이렇게 분석합니다. 뭐 빤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제1야당의 경우 우리 사회의 보수적이고 기득권적인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면서, 동시에 과거 집권당이었을 때 부패와 무능력으로 재집권에 실패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다른 야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늘의 부패하고 무능했던 정당을 지지하는 데 자신의 한 표를 기꺼이 소비하기란 내키지 않는 일이다. 진보적인 성향을 갖는 유권자 역시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양대 보수정당에 비판적인 유권자가 진보정당의 후보를 지지하고자 하더라도 1위 득표자 이외의 표가 사표가 되는 현재의 선거제도에서 진보정당후보에 투표하기는 쉽지 않다..."

이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문제의 원인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데, 무슨 연고인지 투표가 곧 개념이라는 정의가 횡행하는 분위기 저로서는 썩 반갑지 않네요.

투표를 독려하는 것이야 반대하지 않습니다만, 또 나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런 식으로 투표하지 않는 이들을 깔아뭉개는 방식은 절대 지지할 수 없습니다.

제가 '개념'이니 '상식'이니 하는 말에 조건반사적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