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와 슬램덩크 - 아래 앙겔님 글에 부쳐.
- 작성일
- 12-02-29 21:51
제목에 앙겔님 글을 언급한 것은 순전히 조금이라도 흥행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ㅋ 뭐 맥락상 관련이 있다면 있고 없다면 또 없을 수도 있는데요.
요새 들어 제레미 린 덕분에 NBA 관련 글을 좀 끄적거려 봅니다만...
어차피 전 야빠에요.
감히 확언하지는 못하겠지만..(참고로 고딩때 전 평생 술담배를 하지않겠다며 무모한 확언을 하기도 했지요..;;)
아마 평생 야구 이외에 다른 스포츠가 저의 최선호 종목을 차지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기 정체성을 야빠로 규정하다보니 다른 선호에 있어서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따라가게 되더라고요.
대표적인 예가 제목에서 언급한 H2와 슬램덩크.
엠팍 시절 가끔 거론되는 떡밥 중 하나가 'H2와 슬램덩크.. 당신의 선택은?' 뭐 이런 거였는데
전 무조건 H2.
슬램덩크 물론 명작이지만 H2 특유의 감수성이 어떻고 여백의 미가 어떻고 청춘의 애잔함이 어떻고 하면서
H2에 손을 들 수밖에 없다고 나름 키배(?)를 떴던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러네요.
그런데 웃긴 것이 슬램덩크를 보면 볼 수록
이 만화가 참 대단한 것 같더란 말이죠.
나의 사랑 너의 사랑 H2보다도 더 말이에요. 가끔은.
근데 그럴 때마다 정체성의 위기(?)를 느끼면서
아니라고, 슬램덩크도 좋지만 아무리 그래도 H2라고 일종의 자기암시를 걸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러다 보니
내가 정말 야구'만화' H2를 좋아하는 건가 '야구'만화 H2를 좋아하는 건가 호접몽(응?)스런 혼란에 빠지기도 하고.
이 고민을 확장하다 보면 정치적 떡밥에 있어서도 내가 지금 표하고 있는 의견이 얼마나 객관적인 사유의 결과인지
100% 확신할 수 없다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나름의 노력을 합니다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고요.
나만 그런 거면 참 억울한 일이라 다른 사람도 말을 안해서 그렇지 그 비슷한 고민 하고 있을 걸?
이라고도 생각해봅니다만... 나의 경우를 기준으로 타인의 사고를 재단해서는 안되는 일이겠죠.
암튼.. 이 비슷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요 며칠 생각해 왔는데..
마침 앙겔님이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아니라면 아닌 떡밥을 풀어놓으셨길래 몇 줄 끄적여 봤습니다.
ps. 머 생각해보면 '야빠'라는 정체성 규정 또한 이런 맥락일 수도 있다는...;;
내가 기억하는 스포츠 중계의 맨 처음 이미지가 '프로야구'였다는 사실이 야빠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하는.
'첫사랑은 배신할 수 없어!' 뭐 이런 식으로 말이죠.
지금도 기억해요. 연도는 기억이 안나지만.. 시즌 4세이브째를 기록 중이던 삼성 라이온즈 '김상엽'이 스포츠에 관한 나의 첫 이미지.
그러고보면 삼빠에서 롯빠로의 전향은 저에게 있어 나름 커다란 실존적 결단..;; 이었습니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