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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시사인 커버가 "위기의 박원순"입니다.

아래는 기사의 한토막.

"몇 번 당했으면 대응책을 연습했을 법도 한데, 작정하고 달려드는 상대에게 계속해서 '네거티브 하지 마라' '그건 나쁜 일이다'라고 점잖은 말만 하면 보는 사람이 얼마나 갑갑하겠나. 비싼 집 산다고 공격하면 '변호사 하면서 더 잘살 수 있었는데 가진 재산 다 내놓고 시민운동 했다. 그 사이 너는 재산만 불리지 않았느냐'라고 받아치고, 상대가 아마추어라고 공격하면 '나는 희망제작소 하면서 이런 이런 일자리를 만들었고, 아름다운가게 하면서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나눔을 베풀었다. 나는 그런 성과가 있는데, 너는 해놓은 게 뭐 있냐' 이렇게 되받아쳐야 하는데 그게 안 되더라"

"아직까지 박 후보는 유권자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유권자들이 자신의 메시지를 이해해주리라 믿는 것 같은데, 선거는 특강이 아니라 시한이 정해져 있는 단판 승부다"

각각 모 토론 전문가와 민주당 서울 모 지역 원외위원장의 코멘트입니다.

일각에선 '싸가지 없는 나경원이 오히려 역풍 맞을 거다' '그래서 인간 박원순이 더 돋보였다' '나경원 말 잘하는 거 같냐? 모르는 소리하지마라'

이런 식의 반응들이 보이는데, 대책 없는 낙관주의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의 키(언제는 안그랬습니까만은)를 잡고 있는 무당파, 부동층 입장에서도 그렇게 생각할 것인가라고 물으면 영 아니올시다이고요.

인용한 두 코멘트야말로 냉정하고 객관적인 현실평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래의 트윗.

'피드백'

미드 <웨스트윙>에서 대통령 토론 준비하는 분위기를 한번 살펴보세요.

대통령이고 참모고 보좌관이고, 계급장 떼고 제대로 붙습니다.

예행연습에서 대통령이 제대로 못하고 어버버거리면 '한낱' 공보수석이 퍼거슨 헤어드라이어를 대통령 면전에 날립니다.

선거는 곧 전쟁이고, 패배는 죽음인데 대통령이고 뭐고 그런거 가릴 여유 따위는 없는 거죠.

역대급 올스타라는 박변호사 캠프, 제대로 돌아가고 있기나 한지 의문입니다.

한두번도 아니고 삼연짱으로 대책없이 휘둘리고 있는 거를 생각해보면

그 대답은 한없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고요.

그 원인을 추측해보면 대략 이 정도가 될 수 있을 겁니다.

1.

참모진은 열과 성을 다해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으나, 원체 이 바닥 경험 부족한 박변의 역량 문제다.

(온실 속의 화초라고 하지만 나경원, 대변인 시절부터 해서 풍부한 실전경험을 가지고 있죠. 그 정글에서 헤쳐나와 결국 후보자리를 거머쥔 것도 사실이고요.)

2.

외양만 화려할뿐, 캠프진 너나 할 것 없이 죄다 헛똑똑이들이라 대책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집단 패닉이다.

3.

후보나 참모나 아예 문제 인식 자체를 못하고 있다. '나경원 역풍론' 그게 진짜인 줄 안다.

4.

쓴 소리가 필요한 건 분명한데 어떻게 직언을 올릴 분위기가 아니다. 후보가 불쾌히 여기거나 귀담아 듣지 않아서, 참모진이 죄다 소심쟁이들이라서, 혹은 그 둘 다의 이유로.

초반과 달리 마냥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인지라 '당선 후'를 상정하는 거 자체가 설레발로 생각되는 상황입니다만

어쨌든 그것을 가정했을 때 그나마 1은 문제가 덜 합니다.

'말주변'이라는거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임은 분명하나 그것의 유무로 시정 자체가 전면적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문제는 2와 3 그리고 4입니다.

1분 1초가 급박한 전시에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피드백인데 승리 후라고 달라질 수가 있겠습니까.

절박함은 사라지고 집중력도 떨어지며 상대적으로 이완될 수밖에 없는 환경 그리고 야권이 똘똘 뭉쳐야할 절대적인 명분마저 사라지고 말 그 상황에서 피드백이 오히려 업그레이드된다?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봅니다.

역량 부족이든 상황 판단 능력 결여이든 혹은 여타의 분위기이든

어떤 이유로든간에 시장 주변에서 피드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아래에서 펼쳐질 시정 또한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겠지요.

사실 근래들어 박변에 대해 안 좋은 소리 제법 남겼고 이런저런 불만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도저히 나경원을 지지할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딱히 박원순을 찍어야겠다는 의욕이 생기지도 않는 '냉담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개인적 호오를 떠나서, 나경원이 되는 것보다는 박원순이 되는 것이 백배 낫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열흘 후 선거가 향후 어떤 파장을 일으킬 것인지 모르는 바도 아니고요.

하여 박원순의 당선을 위해 캠프와 후보 당사자의 철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투표권 없는 명부상 조건과 달리 '사실상' 서울시민인 나의 삶에 있어서도

서울시장 박원순은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게 될 것이기에

캠프와 후보 당사자의 진지한 고민을 요구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