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걱정했습니다. 과거 박찬종과 문국현으로 이어지는 무당파 신드롬, 결국 아름답지 못하게 끝났던 사례의 목록이 한 줄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정당 정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이제는 좀 더 희망적으로 생각해보려 합니다.

2.

허나, 이 지점에서 저 '무급인턴' 문제는 분명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베팍에서도 punkizen 님이 문제제기를 하셨더군요.

그것도 무려 일곱 달 전에.(링크) 대단하십니다. -_-b

3.

무급인턴 문제의 책임을 박원순 개인에게 전부 뒤집어 씌워서 비판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원순 또한 현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고, 그런 의미에서 현사회의 한계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겠죠.

시민단체의 재정여건이란 것도 뻔한 노릇이고....

박원순 본인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희망제작소 인턴 경력이란건 눈에 띄는 '스펙'임이 분명하니까요.

양자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것도 사실이죠.

4.

그러나, 저 박원순의 해명은 용납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여건이 많이 어렵다. 늘 미안한 마음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 잘 알고 있다. 어떻게든 그 '노동'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말이나마 이렇게 했으면 '정상참작'이라도 하겠습니다만...

박원순의 저 말은 무급인턴을 둘러싼 상황 안에 그 어떤 문제도 없다는 식이지요. 왜 나의 선의를 곡해하느냐,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경험'을 하고 간 인턴들이다 문제 될 것이 무엇이냐... 솔직히 '절망'적입니다. 저 부분에 한해서는. 어쩌면 저 부분 자체가 박원순 사고관의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애써 비약은 않겠습니다.

5.

저 역시 인턴 경험이 있습니다. '무급'은 아니었지만, 최저임금을 한참 밑도는 돈을 받았지요.

인턴 월급도 돈 백씩 줄 수 있는 몇몇 신문사 말고는 거진 다 그 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개인으로서는 최저임금 이하의 월급 받고 일했던 두달간의 인턴 경험이 득이면 득이지 손해는 아니었습니다.

휑하기 이를 데 없는 이력서, 그나마 그거 하나 '스펙'이라고 내세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 특히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를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이름 모를 A의 상황으로 가정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노동과 대가라는 기본원칙의 왜곡.

어딘가 뒤틀린 '스펙' 현상의 확대재생산.

무급 혹은 최저임금 이하의 노동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만큼 여유 있는 이들만이 기회에 접근할 수 있다는 '불평등성'

"나는 기꺼이 소매치기가 되겠다"는 '뻔뻔한' 답변을 들이댈만큼 사소한 문젯거리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6.

인턴제도를 활용하는 다른 업계의 사정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언론사 안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장에 인턴 하나 달랑 보내놓고 (실제 지면에 얼마나 기여하는 가는 차치하더라도) 그들의 노동 결과물을 이용하는 것은

'노동력 착취'나 다름없다는 직설적인 비판이 존재합니다.

물론 우리는 그들을 '고용'한 것이 아니라, '교육'하는 것이라는 입장도 있습니다만.

7.

'나는 꼼수다'에서도 관련 얘기가 나오더군요. 평소보다 별 재미도 없고 심드렁하던 차에 귀를 쫑긋 세웠는데..

"됐고, 다른 중요한 이야기로 넘어갑시다."

김어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 하나가 더 생겼습니다.